그날은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다.
세워진지 50년도 넘은 낡은 교사의 교실에 석유난로만으로 겨울을 버텨야 하는 국민학생들이 모여있었다. 살을 에는 추위도 그들의 학구열을 방해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거기엔 난로의 도움 역시 존재했지만.
챠임벨이 울려퍼지고 교실안은 어수선해지기 시작한다.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책상에 가방을 올리고, 교과서를 넣는다. 담임선생이 종례를 시작한다.
"자 오늘은 굉장히 추운 날이에요. 미끄러운 곳은 피해서 집에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요"
어쩐지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귀찮음이 가득하다. 물론 철부지 학생들도 그런 것을 바라긴 하겠지만, 성스럽다고 하는 교직에 있는 사람으로써는 실격이다.
불평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나 역시 철부지 어린아이였으니까.
그리고 청소시간. 구석진곳의 청소도구함을 열어 볏단으로 된 빗자루를 하나씩 꺼내서 청소를 시작한다.
-우당탕탕탕-
여기저기서 책걸상을 밀거나 끄는 불쾌한 소리가 들려온다. 낡아빠진 목재로 된 바닥이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리석 바닥이었다면 분명 더욱 불쾌한 소리가 울려퍼질 것이니 말이다. 물론 담임선생은 항상 들어서 옮기라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따로 주의를 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턱이 없었다.
슥슥...
한숨을 쉬며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앞에서부터 쓸어 나간다. 대리석으로 된 바닥이라면 기분좋게 전부 쓸렸을 것이지만, 나무바닥은 그렇게 손쉽게 쓸리지가 않는다. 어떻게 쓸던 나무와 나무의 사이에 먼지가 전부 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는 항상 이게 불만이라 빗자루를 세워 좁은 사이를 싹싹 긁어내곤 했다.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하는건 나뿐만의 일이라, 일찌감치 뒷편까지 쓸기를 마친 아이들은 이미 청소도구를 놓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책상에 걸터앉아서 잡담을 나누던 책걸상 밀기 담당 - 당시에는 이렇게 불렀던 것 같다 - 들은 청소를 시작했던 때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다시 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상들의 줄을 맞춘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든 그런걸 즐겼던 것 같다. 책상 줄을 맞추는 것에 있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신중을 기울였고, 나 역시 그런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 이 장애인아!"
큰 고함 소리. 키가 작아 앞자리에 앉았던 내가 가방을 가지러 간 사이에 - 키순으로 학급 번호를 매기고 그걸로 자리를 정했다 - 그 사건은 뒤에서 터졌던 것이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상황을 인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정신지체라고 할까? 반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는 여자애가 있었다. 아직 사회적으로 왕따문제가 대두되지 않았던 시절. 아마 왕따 역사의 시초를 나는 경험한 것일지도 몰랐다. - 물론 이미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일본의 '이지메'는 논외일 것이다. -
"깔깔깔"
"하하하하하"
"야이 썅년아!"
한두번 보는 일도 아니었기에 '방관자' 였던 나는 조용히 가방을 메고 교실문을 넘었다. 아니..
넘으려고 했다. 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말이다. 그때 나는 뒤돌아서 왠지 모르게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싶었던 것이다. 한 남자애가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여자애는 울상을 지으며 몸부림쳤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집으로 향했어야 할 발걸음은 교실 뒤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애를 괴롭히고 있던 애들을 돌아보며 한마디
"비켜"
"뭐야?"
아무말 없이 책상위로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 본다. 지금 책상위로 올라간다면 아마 별것 아닌 높이였겠지만 그때는 이상하게 높아 보였고, 난로가 꺼져 기온이 내려갈대로 내려간 상황이라 입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분명히 높지 않을 터인데 말이다.
"뭐하려는 거냐?"
여전히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주변의 아이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나는 그대로 뛰어내려...
'따돌림을 당하던 여자애에게 미사일 드롭킥을 시전했다.'
그때 느낌은 별로 신통치 않았다. 주위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그 여자애는 더욱 더 큰 소리로 울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교실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주워들며 교실을 의기양양하게 빠져나왔다.
"저기 길 좀 알려.. 주시겠어요?"
눈 앞에는 말을 약간 더듬거리며 길안내를 부탁하는 한 여성이 있었다. 주소를 보니 잘 알고 있는 곳이다. 아무말 없이 주소가 적힌 메모지를 빼앗듯이 손에서 낚아채고 가방에서 볼펜을 꺼낸다. 그리고는 빌딩의 대리석 벽에 종이를 대고, 열심히 설명을 적는다. 적고나서는 그 작은 손에 종이를 다시 들려준다.
"날씨가 추우니 조심해서 찾아가세요"
여성은 종이를 빼앗겼던게 영 찜찜했던지 시큰한 표정으로 있다가. 적어준 자세한 설명을 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빌딩의 모퉁이로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멍하니 서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왼쪽 자켓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라이터는 항상 오른쪽 바지주머니.
치직
담배에 불을 붙이며, 깊게 들이마신다.
"후우~"
그리고 내뿜었다.
그 연기에 불쾌한 추억과 철부지였던 때의 과오를 날려버릴 것처럼...
세워진지 50년도 넘은 낡은 교사의 교실에 석유난로만으로 겨울을 버텨야 하는 국민학생들이 모여있었다. 살을 에는 추위도 그들의 학구열을 방해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거기엔 난로의 도움 역시 존재했지만.
챠임벨이 울려퍼지고 교실안은 어수선해지기 시작한다.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책상에 가방을 올리고, 교과서를 넣는다. 담임선생이 종례를 시작한다.
"자 오늘은 굉장히 추운 날이에요. 미끄러운 곳은 피해서 집에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요"
어쩐지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귀찮음이 가득하다. 물론 철부지 학생들도 그런 것을 바라긴 하겠지만, 성스럽다고 하는 교직에 있는 사람으로써는 실격이다.
불평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나 역시 철부지 어린아이였으니까.
그리고 청소시간. 구석진곳의 청소도구함을 열어 볏단으로 된 빗자루를 하나씩 꺼내서 청소를 시작한다.
-우당탕탕탕-
여기저기서 책걸상을 밀거나 끄는 불쾌한 소리가 들려온다. 낡아빠진 목재로 된 바닥이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리석 바닥이었다면 분명 더욱 불쾌한 소리가 울려퍼질 것이니 말이다. 물론 담임선생은 항상 들어서 옮기라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따로 주의를 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턱이 없었다.
슥슥...
한숨을 쉬며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앞에서부터 쓸어 나간다. 대리석으로 된 바닥이라면 기분좋게 전부 쓸렸을 것이지만, 나무바닥은 그렇게 손쉽게 쓸리지가 않는다. 어떻게 쓸던 나무와 나무의 사이에 먼지가 전부 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는 항상 이게 불만이라 빗자루를 세워 좁은 사이를 싹싹 긁어내곤 했다.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하는건 나뿐만의 일이라, 일찌감치 뒷편까지 쓸기를 마친 아이들은 이미 청소도구를 놓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책상에 걸터앉아서 잡담을 나누던 책걸상 밀기 담당 - 당시에는 이렇게 불렀던 것 같다 - 들은 청소를 시작했던 때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다시 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상들의 줄을 맞춘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든 그런걸 즐겼던 것 같다. 책상 줄을 맞추는 것에 있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신중을 기울였고, 나 역시 그런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 이 장애인아!"
큰 고함 소리. 키가 작아 앞자리에 앉았던 내가 가방을 가지러 간 사이에 - 키순으로 학급 번호를 매기고 그걸로 자리를 정했다 - 그 사건은 뒤에서 터졌던 것이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상황을 인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정신지체라고 할까? 반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는 여자애가 있었다. 아직 사회적으로 왕따문제가 대두되지 않았던 시절. 아마 왕따 역사의 시초를 나는 경험한 것일지도 몰랐다. - 물론 이미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일본의 '이지메'는 논외일 것이다. -
"깔깔깔"
"하하하하하"
"야이 썅년아!"
한두번 보는 일도 아니었기에 '방관자' 였던 나는 조용히 가방을 메고 교실문을 넘었다. 아니..
넘으려고 했다. 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말이다. 그때 나는 뒤돌아서 왠지 모르게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싶었던 것이다. 한 남자애가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여자애는 울상을 지으며 몸부림쳤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집으로 향했어야 할 발걸음은 교실 뒤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애를 괴롭히고 있던 애들을 돌아보며 한마디
"비켜"
"뭐야?"
아무말 없이 책상위로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 본다. 지금 책상위로 올라간다면 아마 별것 아닌 높이였겠지만 그때는 이상하게 높아 보였고, 난로가 꺼져 기온이 내려갈대로 내려간 상황이라 입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분명히 높지 않을 터인데 말이다.
"뭐하려는 거냐?"
여전히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주변의 아이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나는 그대로 뛰어내려...
'따돌림을 당하던 여자애에게 미사일 드롭킥을 시전했다.'
그때 느낌은 별로 신통치 않았다. 주위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그 여자애는 더욱 더 큰 소리로 울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교실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주워들며 교실을 의기양양하게 빠져나왔다.
"저기 길 좀 알려.. 주시겠어요?"
눈 앞에는 말을 약간 더듬거리며 길안내를 부탁하는 한 여성이 있었다. 주소를 보니 잘 알고 있는 곳이다. 아무말 없이 주소가 적힌 메모지를 빼앗듯이 손에서 낚아채고 가방에서 볼펜을 꺼낸다. 그리고는 빌딩의 대리석 벽에 종이를 대고, 열심히 설명을 적는다. 적고나서는 그 작은 손에 종이를 다시 들려준다.
"날씨가 추우니 조심해서 찾아가세요"
여성은 종이를 빼앗겼던게 영 찜찜했던지 시큰한 표정으로 있다가. 적어준 자세한 설명을 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빌딩의 모퉁이로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멍하니 서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왼쪽 자켓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라이터는 항상 오른쪽 바지주머니.
치직
담배에 불을 붙이며, 깊게 들이마신다.
"후우~"
그리고 내뿜었다.
그 연기에 불쾌한 추억과 철부지였던 때의 과오를 날려버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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